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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바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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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펜실베니아 랭키스터를 방문하고 아미쉬를 만났다. 현대 문명을 거절하며 살아가는 그들, 전기도 자동차도 사용하지 않는다. 해가 지면 자고 기껏해야 기름 잔 위에 불을 붙여놓고 말을 타거나 마차를 타고 다닌다. 일반적인 의상도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만큼 고전적이라는 표현이 적합했다.


처음 아미쉬를 보았을 때 나는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왜냐하면 이들이 그와 같은 삶을 사는 이유는 하나님을 향한 열정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바르고 적절한 열정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아니, 사실 과도한 열정으로 스스로를 불편하게 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명을 접하며 살고 있고 그렇게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거짓은 아니라고생각했기 때문이다.


교회를 개척하고 나이도 40이 넘었다. 그리고 2025년도 3분의 2가 지나가고 있다. 올해 집 말고 밖에서 잘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 중 한번은 미국 공휴일인 7월 4일 독립기념일 이었다. 달라스 다운 타운의 높은 호텔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다운 타운 조명과 불꽃이 하나님께 거칠게 반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 되어 잠을 자라고 만들어 놓은 밤에 사람들은 불빛을 만들어 일하며 자신들의 기쁨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서 이런 생각이 드나 하며 열흘 정도 그와 같은 생각과 함께 일상을 살았다 (밤엔 불을켜고 할일을 하며^^;)


그리고 9월 1일 레이버 데이 공휴일에는 1박 2일 캠핑을 했다. 교회를 개척해서 섬기고 있고 날마다 묵상을 하고 주일 예배 영상도 올리고 월요일 예배도 있고 고민을 조금 했다. 원래 같았다면 영상들은 미리 올리고 또 해야 할 일도 캠핑장의 감성을 담아서 더 좋은 기회로 여기고 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노트북을 집에 과감히 두고 다녀왔다.


월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와 짐을 풀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났다. 해야 하는 (밀린) 일들을 붙잡으며 노트북을 켜는 순간 드는 생각이 인간이 하나님께 대항하는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을 향한 경외함이 없이사는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장에서 비를 맞으며 텐트를 치고 걷고 비가 샐지 걱정하고 새는 비를 막아보고, 캠핑장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부족했다. 핸드폰을 꺼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미리 보고는 급하게 텐트를 걷고는 기뻐하고 감사할 만큼 1차원적이고 연약했다. 쉘터에앉아서 뜨거운 햇살을 피하는 우리는 기쁘고 즐겁지만 피곤하고 예민했다. 그리고 시원하게 내리는 비에 숨 쉴 여유를 얻었다.그리고 다시 뜨거워지는 햇살에 당황했다.


사람은 비가 올까 봐 그리고 샐까 봐 튼튼한 집을 만들고 더운 것이 싫어서 차가운 바람이 불도록 생각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구현해냈다. 하나님은 우리가 사는 곳을 정해주셨는데 그러니깐 흔히 말하는 부르심이 있는데, 사람은 더 멀리 가보고 싶어서 차를만들고 심지어는 땅에 살라고 해 주신 우리인데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멀리멀리 가고 있다는 생각이 캠핑에서 돌아오는다음 날 새벽에 떠올랐다.

그러고는 이어서 아미쉬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을 보며 했던 10년도 더 지난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들의 생활 양식과 종교적 신념에 모두 동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 안에는 하나님을 향한 경외함이 있구나 인간의 한계와 부족함에 명확한 선을 긋고 싶어 하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이기심과 자기중심적 사고를 너무나도 잘 알아서 홍수 이후에 바벨탑을 짓지 말자고 굳세게 다짐하고 그 삶을 지켜가며투쟁하는 그들 만의 영적 전쟁의 자리에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벌써 시원한 에어컨 아래 잠을 자고 해뜨기 전 새벽 불을 켜고 차가운 물을 마시며 노트북으로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님들보다 많은 이들이 읽을지 모르는 글을 쓰는 지금, 이 모든 것을 가지고도 나는 정말 하나님을 인정하고 경외할 수 있는지,경외하고 있는지, 어떻게 경외하며 살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갑자기 생각난 것들을 적어 보느라 첫째 아이 깨우는 시간이 늦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학교를 보내는 것은 맞는 건지, 부모님들 출퇴근 시간에 맞춰서 애들을 보내야 하는 것은 맞는 건지.. 아직 해가 안 떴는데 애를 깨우는 것이 맞는 건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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