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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 비지니스

15명 들어 있는 신학 대학원 동기 채팅방이 있다.

채팅 트래픽이 거의 없다.

2년 동안 딱 한 명이 새해 인사하고 이런저런 소식을 나누고 교제하자고 하지만, 오랜만이다 반갑다와 같은 인사치레도 아예 없다.

물론 나도 조금 망설여져서 선뜻 대화창에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면서 다들 나와 같을까? 왜 이렇게 답이 없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인사하고 소식을 전하는 사람의 모습이 관계가 있지 않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실 이 형은 좀 독특했다.

한번은 동기 수련회를 간 적이 있는데 남자 숙소에 여자 전도사님들도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불을덮고 있던 형이 속옷 바람으로 일어나더니 화장실을 저벅저벅 걸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사각팬티긴 했지만 다들 화들짝 놀라 뭐하는거냐고 묻자, 아니 자기 화장실 가야 하는데 다들 방에 안 가니까 그랬다고 답했던 적이 있다.

화장실 가게 가달라고 할 수도 있고, 잠시 뒤돌아 달라고 할 수도 있고, 이불을 두르고 갈 수도 있고, 함께 있는 수많은 남자 동기들에게 바지를 가져다 달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이런 것 말고도 형이 특출나거나 사역에 탁월함이 있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채팅방에서 반응을 덜 하나 생각을 하니까 그 방에 있는 멤버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절반 정도는 담임 목회를 하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큰 교회 부교역자나 담임을 준비 중이다.

아마 교회를 누군가 방문 했다면 조금 부족해 보여도 달라 보여도 기쁘게 웃으며 찾아가 인사를 나눴을 것이다.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목사님하고 부르며 채팅방에서 인사를 나눴어도 재빠르게 답을 했을 것이다.

또 교회에서 직분을 맡은 분들이 있다면 혹은 세미나와 같은 양육 시간에는 채팅방에서 어떻게 인사하고 어색한 상황에서도 웰컴하며 다가가는 것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사역을 보면 정말 그렇게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영혼들을 살피고 한 영혼 영혼을소중하게 돌보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신학대학원 채팅방에서 형이 올리는 카톡은 사실 내용을 보지도 않고 넘기는 듯 하다. 사실 조금 민망하다. 지난달에는목사님들 눈팅만 하지 말고 인사 좀 해요 라고 했는데 한 달째 아무도 답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씁쓸했다.

우리의 사역에 진실함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교회 사역이 고작 비지니스에 지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이 시대의 약자와 소외받는 이들을 향한 관심이 있는가

아니며 우리 교회 올 만한 사람에게만 반응을 하는가

혹은 교회에 등록한 약자만이 우리의 따뜻함을 스위치를 켤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난한 나라를 방문해 선교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현대 문물의 아이템을 나눠주며 따뜻하고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찍은 사진이면에 묻힌 신대원 채팅방의 냉담한 마음의 침묵을 본다.

그리고 조금은 탁월함이 없었던 동기 목사의 인사에 반갑게 인사해 주고 모임 안에서도 좋은 자리에 앉고 환영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교회 비지니스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성도들에게 말하는 진짜 삶에서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이며 목회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오늘 용기내어 신대원 동기 방에서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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